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유발하라리 인터뷰 “지금 인간이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는 서로 분열(disunity)하는 것”

카테고리 없음

by 나디자이너 2020. 3. 30. 19:55

본문

[출처: https://newspeppermint.com/2020/03/22/yuvalhararioncovid19/]

크리스티안 아만포(CNN 앵커, 이하 아만포):
기술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 인류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겪은 적이 또 있었다고 보시나요?

유발 하라리(이하 하라리):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대유행하는 전염병은 적어도 지난 100년 안에는 없었다고 봅니다. 즉,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생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가장 끔찍한 전염병을 목도하고 있는 거죠.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 무섭고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인류의 역사를 좀 더 넓고 길게 살펴보면,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도 현대 인류가 새로운 전염병에 맞설 수 있는 무기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아만포:
왜죠?

하라리:
의학이 발달했으니까요. 14세기에 아시아와 유럽을 휩쓴 흑사병을 생각해보면 전체 인류의 30~50%가 절멸한 끔찍한 전염병이었지만, 그때 인간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고 어떻게 해서 죽음에 이르는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어요. 그럴 만한 과학적 지식이 없었죠. 이번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유전자 지도를 파악하는 데 2주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류는 적어도 누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가려내는 검사를 재빨리 할 수 있게 되었죠. 물론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그렸다고 바이러스를 곧바로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에 맞설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만포:
그렇다면 일반시민의 관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공포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꼭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하라리:
지금 인간이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는 서로 분열(disunity)하는 겁니다. 국가들끼리 서로 돕지 않고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으며 각자 갈 길을 가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습니다. 신뢰의 부족도 문제인데, 비단 정부나 국가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고 경계하는 끝에 반목하게 되는 상황이 올까 가장 걱정됩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가 신뢰를 갉아먹고, 국가 간에도 연대하기보다 갈라서고 다투는 일이 특히 많았습니다. 세계가 전염병이 창궐하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왔는데, 그러던 중에 코로나19가 터진 겁니다.
(이하 중략)

아만포:
사회적 영향력에 관해 여쭤볼게요.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엇보다 믿을 만한 소식을 알려주는 곳도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이 자꾸 더 스스로 고립되는 쪽을 택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하라리:
우선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뢰가 곳곳에서 무너져내렸다는 점입니다. 정부를 믿지 않고, 언론이 전하는 정보를 믿지 않는 사람이 특히 최근 들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격리 조치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일 만큼 제대로 이뤄지려면 사회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나 신뢰가 무너져내린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들이 행동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감시 체계가 엄청나게 강화될 거라는 점입니다. 평소 같으면 큰 저항에 부딪혔을 이런 정책이 코로나19로 일어난 준전시 상황 때문에 용인되고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난 다음에도 생체학 신호를 포착하고 추적해 기록하는 감시 체계는 계속 살아남아 우리를 옥죌 수 있습니다. 이런 감시 체계는 겉으로는 다음에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전염병의 창궐을 예방하기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겠지만, 실제로는 얼마든지 전체주의 정권의 탄생과 유지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악용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라 부르는 영역을 모두 지워내는 전례 없이 막강한 감시 체계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온 상황에서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금 모두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 만큼 공중 보건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그를 위해 프라이버시 문제는 잠시 미뤄도 좋다는 목소리를 아마 이기지 못할 겁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는 대신 프라이버시는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환경에 살게 될 겁니다.
물론 지금 인류가 개발한 기술은 대단히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인류는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전염병의 발발을 아주 일찍 감지하고 진단할 수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동선을 모두 파악해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억제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인류를 효과적으로 관찰하고 감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정확히 다른 걸 관찰하고 감시하는 데도 얼마든지 쓰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말이죠. 이런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던 것들을 어떤 의미에선 유례없이 빨리 퍼진 이번 전염병이 싹 치워줬고, 전체주의의 등장으로 이어질 길을 닦아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만포:
무시무시한 전망과 논리를 이야기해주셨는데, 사실 인간이 원래 스스로 고립하는 걸 싫어하는 종(種)이잖아요? 이탈리아에서는 수만 명이 그저 원래 일상생활하듯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려고 모이려다 정부 지침을 어겨 강제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는 뉴스도 나왔죠. 집에 갇혀 지내다 보면 외로움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감금증후군(shut-in syndrome)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런 문제도 사실 사회 전체적으로 염려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

하라리:
인간이 전염병에 취약한 이유가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사람은 아시다시피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전염병의 균, 바이러스는 정확히 사람이 맺은 관계망을 따라 옮고 퍼져 나갑니다. 어떻게 보면 바이러스는 인간이라는 종이 가장 잘하는 행위를 이용해 자기들이 성공을 거두고 반대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어요.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는 서로 만나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고, 또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 도와주려는 본능이 있어요. 가족이나 친구, 아니면 주변에 아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아프면 당연히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아니 여건을 바꿔서라도 내가 직접 가서 보살피고 도와주려 하잖아요. 정서적으로 내가 너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손을 꼭 잡아주거나 포옹을 하고 볼을 비비기도 하죠. 생각해 보세요. 바이러스가 정확히 방금 말한 경로로 퍼지잖아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지금의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봐요. 첫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겁니다. 사람들이 그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를 믿고, 그래서 그 정보를 신뢰한다면 사람들은 적어도 전염병이 진정될 때까지는 사람이라서 으레 하고 싶은 행위를 자제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물리적인 접촉을 삼가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시 모를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되겠죠.

둘째는 전체주의 접근법입니다. 이는 현대 기술의 발달 덕분에 가능해진 새로운 방법으로 중세 시대 때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전체주의 접근법이란 그 기술을 활용해 구축할 수 있는 최대한 강력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보다 공중 보건에 압도적으로 더 큰 가치를 두고 전염병에 직접 맞서는 겁니다. 이미 지금 우리는 체온계를 입에 물거나 귀에 꽂지 않아도 멀리서 떨어져서 사람의 체온을 잴 수 있습니다. 체온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사람을 가려내고 나면, 그 사람이 오늘 하루 어디서 누굴 만나 무얼 했는지도 모두 추적해서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럼 누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다른 사람을 만나 악수를 하고 포옹을 했으며, 볼에 뽀뽀를 해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일조했는지 처벌할 증거를 모으는 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사람들이 정보를 믿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그 정보와 지침을 따르도록 사람들을 강제하는 수밖에 남지 않습니다. 이건 강력한 감시 체계가 뒷받침하는 전체주의 정권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정말 큰 위험을 내포한 문제인 겁니다. 부디 인류가 그 방향으로는 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중간에 생략된 인터뷰 전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번역된 글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newspeppermint.com/2020/03/22/yuvalhararioncovid19/